데이터 분석가:Applied Data Analytics

올라운드 프로패셔널에 대하여

데이터분석 2025. 3. 5. 08:12

[출처 : 노가영 작가님 "콘텐츠가 전부다" 중 일부]

"AI가 절대 쓸 수 없는 시나리오를 어떻게 쓸 것인지 매일 고민하고 있다. - 봉준호 감독" 세계적인 영화감독마저도 AI시대의 생존 방식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AI의 진화로 인간의 지성과 행동력을 압도하는 미래가 찾아오더라도 기업이 필요로 하고 동료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인재는 누구일까요?

"AI가 절대 쓸 수 없는 시나리오를 어떻게 쓸 것인가 매일 고민하고 있다."


주말에 개봉한 SF 영화 <미키 17>의 홍보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이 한 말이다. 그는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보여준 이세돌 9단의 78수처럼. 그런 수가 3페이지 걸러 하나씩 나오는 시나리오를 쓰리라 다짐한다.”라고도 했다. 한국의 자랑이자 세계적 영화감독인 봉준호 감독마저도 AI시대, 작가의 생존 방식을 우려한 것이다. 이어서 그는 AI를 어떻게 요리할 수 있을지 매일 고민한다고 덧붙였다. 안타깝게도 2025년의 우리는 세계적인 거장의 이 말이 단순히 시나리오 집필과 영화 제작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 시작된 딥시크 쇼크

 

< DeepSeek 홈페이지 첫 화면 / 출처: 딥시크 공식 홈페이지>

지금 최첨단의 AI연구와 상용화는 어디가 이끌어가는가. 오픈AI와 앤트로픽(Anthropic), 구글 딥마인드(DeepMind) 등 미국 실리콘밸리와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의 IT기업들이다. 연초에는 중국의 AI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고작 80억 원 남짓의 개발비로 챗GPT 수준의 서비스를 공개하며 전 세계를 딥시크 쇼크에 빠뜨렸다. 이들은 머지않아 인간이 일상생활에서 수행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수행하는 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시대를 예측한다. 심지어 샘알트먼 오픈AI CEO는 AGI를 ‘중요한 업무에서 매우 숙련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AI’로 정의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 내 AGI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쯤되니, 최소 5~10년 이상 기업에서 일을 해야 할 우리는 불안하다. 그러나 2025년의 우리가 앞서 말한 인간 수준의 이해력과 실행력을 갖춘 AGI와 인간을 압도적으로 초월하게 될 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를 현실 담론화하면서 미래 밥그릇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의미없는 무력함만을 줄 뿐이다. 글로벌 빅테크 시장에서 연일 떠들어대는 거창한 미래 걱정보다는 AI의 실질적인 접근과 함께 내 능력으로 내재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AI기술로 회의 생산성을 높이고 팀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플랫폼 '오터 에이아이'>

최근 많은 기업과 스타트업들에서 챗GPT의 온오프라인 강연으로 임직원들이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초급, 중급, 고급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가장 기초적인 적용은 보고서 제목이나 마케팅 문구 제언, 시장 자료의 핵심 요약, 엑셀 함수 찾기와 통번역. 그리고 오터 에이아이(otter.ai)를 통한 회의록 요약 등이 있겠다. 이와 더불어, AI의 도구화를 통해 얻은 노동시간의 단축화가 개인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있음은 덤이다.

유럽의 마케팅 대행사 직원 사례를 보자. 그녀는 미드저니(Midjourney)로 만든 이미지들을 온라인 스톡 사이트에 올려 매달 꼬박꼬박 적지 않은 부수입을 버는데, 퇴근 후 1-2시간 정도 프롬프트만 작성하면 AI가 밤새 쉴 새 없이 이미지를 만들고 본인의 수입으로 연결된다고 한다. 일본의 한 중년 회사원은 챗GPT의 도움을 받아 주식투자 분석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팔로워를 모으는데 이미 기존 연봉의 30% 이상을 블로그에서 만들어내고 있었다. 평생의 회사생활을 통해 얻은 주식 전문성에 AI 주식 분석 기능을 결합해 신뢰도는 높이되, 물리적 시간을 최소화하여 은퇴 이후를 준비하는 것이다.

최근 국내외 기업들의 움직임도 큰 틀에서 이와 궤를 같이한다. AI에 밀릴 것이 뻔한 영역에서 재빨리 인력들을 빼내고 새로운 가치창출이 가능한 영역으로 이관시키는 것이다. 한 손해보험사는 2018년부터 AI를 활용해 보험금 청구 심사 업무를 자동화한 후, 기존 심사 인력의 50%를 고객 상담과 특수 보험 상품 개발로 전환 배치했다. AI가 처리하기 어려운 복잡 미묘한 배상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보험 상품을 기획하는 일이다. 

 

# AI일잘러를 넘어 '올라운드 프로패셔널'로

그럼에도 우리가 최종 지향해야 할 목표가 AI를 도구화하는 단순 일잘러는 아니다. 쌀로 밥 짓는 소리처럼 들릴 수 있겠으나 고객과의 관계 형성이나 복합적인 의사결정 능력은 여전히 인간만의 고유한 강점이다. 물론 AGI시대와 ASI시대가 가져올 미래를 속단할 순 없으나 내 동료나 고객과 직접 대화하며 미묘한 감정을 읽어내고,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2025년 1월, 유재석의 유튜브 채널 <핑계고>에 나영석PD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유재석 스스로 ‘PD가 게스트로 출연한 것은 처음이다.’라고 했듯이 셀럽PD가 인기 유튜브 채널의 게스트로 초대된 것이다. 토크 중간에 나영석PD가 신입PD채용에 대한 썰을 풀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문제가 출제된다고 한다. “에그이즈커밍(나영석PD의 예능 제작사 이름)에 드디어 유재석이 섭외되었다. 유재석을 데리고 2025년을 씹어먹을 콘텐츠를 기획하시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회사가 현재 에그이즈커밍의 역량, 2025년 소비 트렌드, 유재석이란 예능인이 어떤 부분을 잘하고 못하는지, 요즘의 시청자는 어떤 변화에 서 있는지 등이 맥락적으로 고려된 기획안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냥 완성도 높은 재미있는 예능 기획안이 아니라 “얘가(신입PD지원자) 얼마나 ‘올라운드(All Round)’로 생각하는지.”를 본다고 했다. 

<2024년 하반기에 개최한 나영석PD의 팬미팅 포스터 / 출처: 에그이즈커밍>

이 콘텐츠를 보고 나영석PD가 말한 ‘올라운드’적 판단이 AI사피엔스로 살아가야 할 인간의 궁극적인 경쟁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챗GPT와 딥씨크, 클로드AI가 완성도 높은 예능 기획안은 뽑아줄 수 있으나, 시장 흐름과 PD를 채용하는 회사의 사회문화적 맥락이 다층적으로 고려된 기획안을 제출한 사람이어야 기업이 필요로 하고 동료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인재인 것이다. 이러한 맥락적 판단에 공감력까지 더해진 인재가 곧 AI사피엔스의 ‘한끝 차이’다. AI 일잘러를 넘어 ‘올라운드 프로패셔널’이 되자. 2030년 생성형 AI시대가 극단적으로 진화되어 인간의 지성과 행동력을 압도하더라도 진정한 올라운더(All-rounder)는 사랑받는다. 

[출처 : 노가영 작가님 "콘텐츠가 전부다" 중 일부]